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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문제, 그저 남의 일인가요

기사승인 2018.11.22  11: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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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서울 지하철 충무로역이 침수됐을 때 점자블록 위에 모래주머니를 얹어 비장애인용 징검다리를 만들어 시각장애인의 이동구간을 막아버린 적이 있다. 또 서울시청 서문 출입구와 서울남부지법 후문 출입구 등 점자블록으로 이어진 출입구는 문이 닫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장애인들을 위해 이동보호시설을 만들었지만 보여주기 식의 시설로 의미가 퇴색돼 버린 것은 아닐까.

   
출처: 국제신문

 

장애인 대중교통 사고 잦아

  지난해 10월 20일 서울 신길역 리프트 추락 참사가 발생했다. 신길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려던 장애인 한모 씨가 직원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가 계단으로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 장애인들이 지하철 리프트를 철거하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고 촉구하며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다.

  장애인 대중교통 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1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발행한 ‘교통약자의 교통안전과 이용 편의를 고려한 저상버스 이용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이용 교통수단에 대한 질문에 장애인 응답자 63.4%가 ‘지하철’이라고 답했다. 장애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지하철인 만큼 지하철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9월 20일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지하철 하차 도중 객차와 스크린도어 사이 틈에 앞바퀴가 걸려 넘어진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지난 4일 방배역에서 시각장애인이 선로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강장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 문구는 없었고 안내방송도 미흡했다.

 

장애인 이동시설 사후관리 부실한 곳 많아

  1997년부터 2017년까지 수도권에서만 지하철 휠체어 리프트 사고가 17건 발생했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서울메트로나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공사 등 관련기관은 “이용자의 조작 실수다”, “우리는 안전기준을 지켰다”며 법적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리프트보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엘리베이터도 모든 역사에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1~8호선 지하철역 총 277개 역 가운데 14%인 40개 역은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타 노선을 이용해야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7개 역은 외부와 연결되는 엘리베이터가 전혀 없고 13개 역은 타 노선 출입구를 이용해야 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017년 기준 서울의 시내버스 중 44%가 저상버스인 것으로 파악되지만 설치만 해둘 뿐 사후관리를 안 하는 탓에 잦은 고장을 일으킨다. 그리고 고속·시외버스는 아직 저상버스가 없어 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하다.

  택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택시는 대중교통보다 비싸고 휠체어를 싣기 위해선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장애인 택시지만 그마저도 운행 대수가 적어 대기시간만 기본 1시간이다.

  지체장애인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의 이동권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 보도 곳곳에 설치된 볼라드는 장애인들의 보행을 가로막는다. 볼라드는 자동차가 인도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차도와 인도 경계면에 세우는 구조물이다. 시각장애인이 볼라드에 부딪히는 일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또 길의 방향과 위험성을 알리는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깨지고 부서진 점자블록이 그대로 방치돼 있거나 잘못 설치돼 엉뚱한 방향으로 안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장애인 동선 확보 위한 실질적 대책 절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지난 8월 21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에서 이동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후 신길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건에 대한 사과와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현재도 꾸준히 지하철에서 시위를 벌이며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지난 7일 강릉에서도 강원도 내 장애인들이 턱없이 부족한 이동수단을 개선해줄 것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KTX 강릉역에서부터 강릉시청까지 직접 휠체어로 이동한 장애인과 봉사활동 90여 명은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무엇일까. 서울시 장애인 등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정책요구안에는 장애인·노인의 서울시 준공영 시내버스 무상요금 지원, 지하철 전 역사 1동선 확보 엘리베이터 2022년까지 100% 설치, 서울시 시내 저상버스 2025년까지 100% 도입,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 이용 개선 대책 마련 등이 있다.

  강원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특별교통수간 법정대수 도입 및 운영 현실화, 1·2급 장애인에 대한 이동권 대책 보장, 임차택시 및 바우처택시 도입 운행, 시외버스의 저상버스 도입 등을 요구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노력, 아직 ‘걸음마’ 수준

  지난 9월 19일 국도교통부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함께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정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2020년부터 농어촌 및 마을버스에 중형 저상버스 도입, 특별 교통수단의 단체이동 지원 및 이동지원센터의 역할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휠체어 탑승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단계적 확대 정책이 눈에 띈다. 이 대책은 내년 시범사업에 들어가 2020년 본 사업에 들어가게 된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지난해 4월부터 내년 도입을 목표로 휠체어 탑승설비 장착 고속·시외버스 표준모델 및 운영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정책 발표와 함께 열린 휠체어 탑승설비가 설치된 고속·시외버스 시승식에서는 국토교통부·한국교통안전공단·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공동으로 개발한 차량이 공개됐다. 29인승 우등버스를 개조해 수동·전동휠체어 2대가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이전까지 휠체어가 탑승 가능한 고속·시외버스는 없었다. 이번 시승식에서 공개된 차량이 휠체어가 탑승 가능한 최초의 고속·시외버스인 셈이다.

  이외에도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까지 승강기 없는 27개 역 중 11개 역에 승강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제천시는 내년부터 장애인 콜택시 3대를 증차하고 완도군은 장애인 전용버스를 복지관에 전달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바우처 택시를 확대하며 전주시는 전국 최초로 교통약자 버스 승·하차 지원서비스를 추진하는 등 각 지자체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노력 중이다.

강유정 기자, 이세은 수습기자 gc599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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