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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를 분자단위로 분석, 색다른 맛 창조··· ‘분자요리’의 마법

기사승인 2018.12.03  19: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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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어에서 사과 맛이 나고, 수프인데 거품 모양이라면 어떨까? 이처럼 기존에 알던 요리와 전혀 다른 식감과 형태를 가진 요리가 인기를 얻고 있다. 과학과 요리를 결합해 새로운 맛을 창조해내는 분자 요리에 대해 알아보자.

   
<출처:구글홈페이지>

고유의 맛 살리되 새 질감 맛봐
  분자 요리는 분자미식학으로 식재료를 분자 단위로 연구하고 분석해 요리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분자 요리는 식재료 고유의 맛은 파괴하지 않고 다양한 물리적·화학적 방법으로 재료의 질감·형태·조직 등을 변형시켜 완전히 색다른 맛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분자 요리는 분자 물리 요리학의 준말로 1992년 프랑스 화학자 에르베 티스와 헝가리 물리학자 니콜라스 쿠르티가 참가한 과학적 방식을 접목한 요리법에 대한 워크숍의 제목으로서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됐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분자 요리의 예로는 솜사탕, 액체질소 아이스크림 등이 있다. 솜사탕은 설탕을 녹인 후 바람을 이용해 실처럼 굳힌 음식이다. 설탕의 단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루인 설탕을 실의 형태로 변형해 기존의 설탕과 전혀 다른 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분자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액체질소 아이스크림은 원재료를 단시간에 냉동시켰을 때 서서히 얼린 것보다 얼음 입자가 작아진다는 점을 이용해 더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다.

다양한 분자 요리법
  분자 요리법에는 탄산화기법·진공저온조리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먼저 탄산화기법은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과일 등 수분이 있는 재료에 탄산을 주입하는 방법이다. 이는 드라이아이스가 물속에서 이산화탄소 기체로 변해 녹는 원리를 이용한다. 탄산화기법을 통해 음식에 청량감을 더할 수 있다.
  진공저온조리법은 수비드(sous vide) 조리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수비드는 ‘진공 상태’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진공으로 포장된 재료를 100℃ 이하의 온도에서 천천히 장시간 조리하는 방식이다. 이는 육류와 생선이 조리온도에 따라 변화되는 단백질 변성의 원리를 따른다. 예를 들어 육류는 단백질이 익을수록 점점 단단해지고 질겨지기 때문에 단백질 변성이 시작되는 온도를 정확히 파악해 50℃ 이상 65℃ 이하의 온도로 조리한다. 진공저온조리법을 통해 재료의 맛과 향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촉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
  거품추출법은 유화제나 계면활성제·이산화질소가 들어있는 고압 통에 재료를 넣어 거품소스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빵·거품·스프 등을 만들 때 쓰여 맛과 함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구체화는 알긴산염과 칼슘이 반응해서 굳어지는 성질을 이용하는 조리 방법으로 주로 액체를 고체로 상태를 변화시킬 때 사용한다. 즉 알긴산염과 주스 등의 액체를 섞어 주사기나 스푼에 놓고 이것을 젖산칼슘이나 염화칼슘이 들어 있는 용기에 떨어뜨려 둥근 생선알처럼 만드는 방식이다. 엘 불리의 애플 캐비어(Apple Caviar)가 대표적인 예이다.

사과맛 나는 철갑상어 요리도
  철갑상어 알 모양을 본떠 만든 ‘캐비어 분자 요리’는 쉽고 간단하게 화학반응 원리를 배울 수 있는 분자 요리의 입문코스다. 염화칼슘을 녹인 물에 알긴산나트륨을 섞은 과일주스를 한 스푼씩 넣으면 표면에 얇은 막이 만들어지며 동그랗고 말랑말랑한 알 모양이 된다. 최고급요리인 철갑상어 알과 모양과 촉감도 비슷하다. 이는 해조류에서 추출한 식품첨가물인 알긴산나트륨의 알긴산 음이온과 염화칼슘에 들어있던 칼슘 양이온이 결합해 부드럽고 탄력 있는 알긴산칼슘 막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병째 먹는 물주머니는 친환경용품으로 기대되고 있는 분자 요리로 구체화 요리법을 이용해 액체를 둥근 공 형태의 모양으로 만들고 그 속에 물을 가두는 원리이다. 주재료는 식품의 접착성과 점도를 증가시키는 첨가물인 알긴산나트륨과 식품첨가제로 활용되는 젖산칼슘이다. 물에 잘 녹는 알긴산나트륨과 젖산칼슘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이들은 서로 섞이면서 그물처럼 얽어져 촘촘한 막이 생긴다. 이때 모양이 공처럼 만들어 굳히게 되면 물이 그 안에 갇히게 된다. 물뿐만 아니라 술·탄산음료·화장품도 담을 수 있으며 향과 색깔도 첨가할 수 있어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음식의 상식 깨고 무한변신
  분자 요리를 인공적이고 비자연적인 요리라고 생각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3D 푸드 프린터로 만든 요리? 기계가 만든 걸 어떻게 먹을 수 있나!’ 등의 반응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분자 요리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상(相)전이’라는 과학 원리를 이용해 커피나 초콜릿 성분을 담배처럼 ‘흡입’하는 ‘르 위프(Le whif)’ 상품이 이미 등장했다.
  현재 대부분의 가정에서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사온 반찬·컵라면 같은 가공식품을 ‘일상 음식’으로 먹고 있는 것처럼 분자 요리가 음식의 상식을 바꾸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세영·김채영 기자 gc5994@daum.net

<저작권자 © 가천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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