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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디지털 시대의 감정 대리인, 이모티콘은 대세

기사승인 2019.06.03  15: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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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와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가운데 어느 글이 더 상대방의 진심을 느끼게 할까.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인 이모티콘은 가족, 친구, 연인과의 일상 대화 속에서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그러나 이모티콘은 해석의 오해가 생기거나 모호하기에 논쟁거리가 되기도 한다. 감정을 대변하는 이모티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이모티콘, 국내 캐릭터 산업의 급성장 이끌어
  이모티콘은 캐릭터 산업의 일부분이다. 콘텐츠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캐릭터 산업의 매출액은 2012년 약 7조 5000억 원, 2014년 약 9조 1000억 원, 2016년 약 10조 9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캐릭터산업 수출액도 2012년 약 4억 2000만 달러, 2014년 약 4억 9000만 달러, 2016년 약 6억 4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2003년 웹툰 서비스가 시작되고 2005년 뽀로로가 등장하면서 국내 캐릭터 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 같은 이모티콘 캐릭터들이 부상했다. 카카오프렌즈는 뽀로로(2013~2015년 인지도 1위)를 제치고 캐릭터산업백서에서 2016년과 2017년 연속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 가운데 어피치는 지난 3월 9일 캐릭터 최초 한국관광홍보대사로 선정됐다. 카카오는 도쿄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에서 어피치 특별 전시 등 한국관광 이벤트 ‘More Korea’를 진행했다. 라인프렌즈의 경우 2015년 라미 만년필, 2017년 비츠 바이 닥터드레 헤드폰, 2019년 샤오미 스마트폰 등 해외 브랜드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2017 콘텐츠산업 전망 보고서>

이모티콘 인기··· 감정을 대변하고 소통을 부드럽게 해
  이모티콘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감정 대리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집필한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는 사람들의 감정을 대신 표현해주는 것을 감정 대리인이라고 정의했다. 감정 대리인은 감정을 대리해주는 사람뿐만 아니라 상품, 서비스들을 총체적으로 아우른다. 메신저에서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것이 감정 대리인의 대표적 예라 볼 수 있다.
  이모티콘은 사용자의 감정을 쉽게 대변해 주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대화를 부드럽게 만든다. 더불어 ‘화난다, 우울하다, 재밌다’ 등의 감정을 구구절절 쓰기에는 애매한 경우에 이모티콘을 통해 간단하고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모티콘은 단순한 그림을 넘어 의사 표현의 한 형태가 됐다.
  또한 이모티콘의 종류가 늘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면서 나만의 이모티콘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자연히 많아졌다. 카카오톡, 라인프렌즈는 자신이 만든 이모티콘을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이모티콘 디자이너’라는 제2의 직업을 꿈꾸면서 본인만의 이모티콘을 만드는 사람도 생겼다. 김규진(29·예명 범고래) 이모티콘 작가는 재작년 7월 ‘대충 하는 답장’이라는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그림판으로 3초 만에 그린 듯한 그림 퀄리티를 소지한 이 이모티콘은 카카오에서 누적 매출 1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김 씨는 디자인 전공이 아니었다. 금융보험학을 전공하고 대학교 창업지원단에서 근무하다가 창업자들을 만나면서 제2의 직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김 씨는 디자인 초창기에는 그림판에 직접 마우스로 그림을 그렸다. 그 후에 포토샵으로 옮겨 수정한 뒤 카카오 양식에 맞춰 제출했다.

   
<출처:iqtestA>

이모티콘 30여 년 만에 ‘제2 언어’ 돼
  1982년 미국의 스콧 엘리엇 팔만(Scott Elliott Fahlman) 카네기멜론대 교수가 컴퓨터 자판의 기호를 조합해 얼굴 표정 이모티콘 ‘:-)’과 ‘:-(’을 만든 것이 시초다. 그 후 휴대전화용 이모티콘은 1999년에 일본의 통신회사 NTT 도코모 직원이었던 시게타카 쿠리타가 만들었다. 이모티콘 제작 동기는 디지털의 차가운 인상을 부드럽게 바꾸고 싶다는 것이었다. 12×12 크기의 픽셀로 만든 176개의 이모티콘은 문자를 통해 다양한 감정표현을 할 수 있게 했다. 웃는 얼굴, 가위바위보 손 모양, 하트 등이 있는데 쿠리타는 하트 이모티콘만 5개를 만들었다. 하트를 문장 끝에 붙이면 어떤 문장이라도 긍정적으로 바꿔준다는 의미에서다.
  우리나라에서는 2G 휴대전화기 시절부터 ‘^^’, ‘ㅠㅠ’, ‘ㅋㅋㅋ’와 같은 이모티콘이 쓰이기 시작했다. 이후 ‘OTL(손바닥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좌절하는 사람의 모습)’, ‘(o(^-^)o)’처럼 특수문자를 사용한 이모티콘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모바일 메신저 사용이 증가하면서 노란 얼굴에 웃거나 울거나 화나 있는 표정을 나타낸 스마일리 이모티콘이 대중적으로 활용되다가 최근에는 캐릭터, 연예인, 유명인 등을 본떠 만든 이모티콘, 소리 나는 이모티콘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2019년 현재 등록된 이모티콘은 6500여 개
  현재 인터넷에서의 텍스트 표준을 제공하고 이모티콘을 감독하는 비영리단체인 유니코드에 등록된 이모티콘의 개수는 약 6500여 개에 달한다.
  지난 2월 유니코드 컨소시엄에서 발표한 새로운 이모티콘은 총 59개다. 2015년에는 동성결혼 가족들의 모습을 반영한 이모티콘과 인종별로 피부색을 다르게 표현한 사람 이모티콘, 2017년에는 히잡을 쓴 이모티콘이 소개되는 등 최근의 이모티콘 업데이트는 다양성을 포용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총 230개의 이모티콘이 포용성을 강조한다. 타 인종 간 서로 손을 잡은 모습, 보청기를 낀 사람, 보철 다리를 한 사람, 수화 손짓, 지팡이를 짚거나 휠체어를 탄 사람을 보여주는 것 등이 있다.
  유니코드 협회는 자신들이 표준을 설정해 둬야 애플이나 구글같은 회사들이 그에 따라 이모티콘을 디자인하고 운영체제에 해당코드를 통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모티콘의 문제점··· 간접 표현과 모호함을 줄여라
  감정 대리인에 속하는 이모티콘이 야기하는 주요 문제점은 사회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를 통한 사회적 관계는 주로 얕기 때문에 사람들은 점점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또한 이모티콘은 해석이 모호할 수 있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최근 미네소타대학교 연구팀은 이모티콘 사용자마다 이모티콘을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 의미 전달에 오해를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간접 표현에만 의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모티콘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지하고 표출하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이모티콘을 쟁점에 두고 성폭행 법정 공방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그의 수행비서 출신 김지은 씨와의 다툼이 있었다. 안 전 지사의 변호인들은 김 씨가 안 전 지사에게 ‘^^’, ‘ㅠㅠ’ 등 이모티콘을 쓰며 성범죄 피해자라면 도저히 보일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런 증거들을 인정해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평소 사용해온 문투나 표현, 이모티콘이나 ‘애교 섞인 표현’이라고 칭하는 것들은 젊은 사람들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아직 이모티콘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지는 판례마다 해석이 제각각인 상황이다. 이모티콘은 해석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논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우 에릭 골드먼(Eric Go ldman) 산타클라라대 교수가 미국 판례의 이모티콘 등장 사례를 연구했다. 그 결과 2004년에는 단 1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53건에 달한 것으로 밝혀져 점점 증가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국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모티콘 해석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필요할 것이다.

박예은·하남준 기자, 황혜린 수습기자 gc599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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