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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자주··· 뼈아픈 역사의 흔적을 찾아서

기사승인 2019.09.02  15: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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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강력한 힘을 갖는 까닭은 우리 안에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소설가 제임스 볼드윈이 한 말이다. 이 말과 같이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면 누구나 과거를 기리기 위해 가슴에 손을 얹게 되듯 말이다. 최근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시작된 불매운동이 한창이다. 뮤지컬, 전시, 책과 영화 등 문화 매체를 통해 역사 속 민족의 자주적인 모습과 순간을 되새겨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 보자.

 

〈책〉 의인 안용복의 모습에서 배우는 미래, '강치'
  ‘강치’는 300년 전 일본에 맞서 독도를 지켜낸 조선 백성 안용복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역사소설이다. 강치는 독도 가제바위에 수만 마리가 살았으나 일본인들에 의해 무참히 포획되고 끝내 멸종돼버린 바다사자이기도 하다.
  영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강치’는 임진왜란 후 100년, 조선 숙종 때 안용복이 1693년과 1696년 두 차례 일본에 건너가 에도 막부에게 ‘함부로 울릉도와 독도를 넘보지 마라’고 주장한 일로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번졌던 ‘안용복 1차, 2차 도해사건’을 긴박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은 안용복이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투쟁을 벌이는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파도를 넘어 일본과 싸우며 울릉도와 독도를 지켜냈던 조선 백성 안용복의 고난과 사투, 모험에 관한 생생한 기록을 밀도 있게 담아냈다.
  오늘날 독도 문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안용복은 일본과 담판을 짓고 돌아와 국법을 어긴 죄로 귀양을 갔다. 그 후 그가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는 관료도 장수도 아닌 천민이었지만 그가 일본에 소송을 걸겠다고 항변했던 그 흔적이 독도가 우리의 영토임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됐다.
  역사책에서만 항상 되뇌어왔던 안용복이라는 이름 석 자를 지금 이 순간 다시 되새겨봐야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아픈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고 후대의 삶에 거름이 돼야 한다. 끝까지 독도를 수호하기 위해 투쟁한 의인 안용복의 정신을 이어받아 앞으로 우리의 것을 빼앗기거나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래전부터 독도를 ‘다케시마’라 칭하며 자신의 땅이라 우기는 일본과의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독도를 지키려 끝까지 힘쓴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외로운 섬 독도를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책〉 역사 속 가려진 독립투사 32명, '독립운동 맞습니다'
  이 책은 독립유공자 중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독립운동가 서훈(나라를 위해 세운 공로의 등급에 따라 훈장이나 포장을 줌)이 지정되지 않은, 역사 속에 가려진 독립운동가 32명을 다뤘다. 작가는 6년간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는 513명의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직접 만나 인터뷰했고 그들의 한 맺힌 이야기를 담았다.
  책에 등장하는 32명의 사연은 읽는 동안 독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영화 ‘밀정’에서 공유가 연기한 김우진의 모델이 된 김시현(1883~1966)은 ‘황옥경부사건’(1923)으로 알려진 의열단 폭탄 반입 의거에 참여했으며, 독립운동에 투신해 수없이 감옥에 수감됐던 인물이다. 평생을 독립을 위해 희생했지만 이후 극빈자에게 주는 무상배급 밀가루로 연명하다 불우하게 숨졌다. 그는 1952년 이승만 암살 미수 사건에 가담한 전과로 ‘3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은 자는 포상 받을 수 없다’라는 보훈법 규정에 묶여 지금까지 서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외에도 독립운동사의 핵심 인물이었지만, 1948년 월북했다는 이유로 남한에 남아 있는 그의 가족이 한국전쟁 중 학살당한 김원봉(1898~1958)의 이야기, 안중근 의사의 여동생으로 오빠의 독립운동을 도왔던 안성녀(1881~1954)와 같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도 조명한다. 이 책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인물들을 이 책을 통해 기억하게 함으로써 함께 투쟁하는 민족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강조한다.
  작가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예우를 다하지 않고 기억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안보 위협에 빠졌을 때, 누가 그들처럼 목숨을 걸고 우리와 우리 가족과 나라를 위해 싸우겠냐”며 “그들을 기억하고 우리가 그들을 잊지 않았다는 것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들의 모습을 되짚어 보며 독립을 위해 노력한 그들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는 것은 어떨까.


〈영화〉 어제의 농민이 오늘의 독립군으로, '봉오동 전투'
  1919년 3.1운동 이후 독립군의 무장항쟁은 활발해졌고, 일본군의 탄압 역시 더욱 심해졌다. 이 영화 역시 무장항쟁이 활발해진 1920년에 봉오동에서 벌어진 전투를 다룬 것이다.
  일본은 신식 무기로 무장한 월강추격대를 필두로 독립군 토벌 작전을 시작하고, 독립군은 불리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봉오동 지형을 활용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비범한 칼솜씨의 해철과 빠른 발을 가진 독립군 분대장 장하, 해철의 오른팔 병구 등 독립군들은 봉오동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한다. 특히 이 영화는 역사가 기록한 단편적인 봉오동 전투의 내용이 아닌, 죽음의 골짜기까지 유인하기 위해 투쟁한 독립군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된 장면은 동굴에 모인 독립군의 대화신이다. 그들은 출신 지역도, 나이도, 말투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독립을 향한 열망만은 똑같다.
  그런 그들을 향해 해철은 “어제 농사짓던 인물이 오늘 독립군이 될 수 있다. 이 말이야”라고 외친다. 같은 나라에서 태어난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는 독립군들이었지만 나라를 뺏긴 설움은 모두에게 같았다. 그것이 봉오동 전투가 ‘모두의 싸움’이 되고 역사에 기록된 독립군의 첫 승리로 남게 했다. 그들은 나라를 되찾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자주적으로 일어났고 승리를 이끌어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잔인한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독립군들의 아픔을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원신연 감독은 “봉오동 전투는 당위가 명확한 응징”이라며 “이를 표현한 영화 속 잔인함은 이제 우리가 견뎌야 할, 그래서 이겨야 할 잔인성이다”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태극기 속에 3.1운동으로 전사한 독립 운동가들의 뼛가루를 뿌리며 끝이 난다. 고향으로 가는 바람을 통해 그들이 찾고자 했던, 되찾고자 했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뼛가루를 감싸고 있던 태극기는 국가가 그들을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을, 희생을 기억하고 새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영화〉 이제는 알아야 할 그녀들의 역사, '허스토리'
  허스토리. HER-STORY. 우리가 흔히 아는 역사를 History라고 하는 것과 사뭇 느낌이 다른 단어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영화 '허스토리'는 묻혀 있던 실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에 대한 역사를 되새기는 영화다.
  부산에서 잘나가는 여행사의 사장 문정숙은 오직 출세를 목표로 삼고 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고로 여행사의 영업이 정지되고, 친구로부터 권유를 받아 여행사의 홍보를 겸해 정신대 피해자 부산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많은 피해 여성들을 만나며 문정숙의 생각은 달라진다. 정숙이 그저 시대를 잘못 태어나 꽃피지 못했다고 생각한 여성들은, 이제는 할머니가 돼 겉모습은 달라졌지만 과거의 고통과 기억은 그들을 끝없이 괴롭히고 울분과 분노로 자리 잡고 있었다. 영화 내내 그들은 외부의 질타를 받는다. 좋아서 몸을 팔았다고 말하는 이들이, 그들을 외면하려는 일본 재판부가,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숱한 사람들이 그들을 너무나 쉽게 비난한다. 그러나 피해 여성들은 소리 내는 것을 더 이상 참지 않는다. 그들의 목표는 보상금을 받는 것이 아니다. 되돌아오지 않을 과거에 대해 사람 대 사람으로 반성할 기회를 가해자들에게 주는 것이다.
  영화 '허스토리'는 이제 숨기거나 묻힐 이야기가 아니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반드시 끝내야 할 이야기다. 1992년부터 6년에 걸쳐 부산과 시모노세키의 재판을 오가며 웃고, 울던 이들의 기억과 경험을 이 영화를 통해 한 번쯤은 되짚어 볼 수 있다. 영화는 단순히 관객의 눈물과 감동을 위해 움직이지도 않는다. 우리가 당연히 알아야 하고 생각해야 할 그녀들의 역사를 우리의 역사로 만들 작은 발걸음이 된다. 그래야 할 이유는 문정숙의 대사로 알 수 있다. “세상은 안 바뀌어도 우리는 바뀌겠지요.”.
  지난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었다. 그리고 8월 17일 한국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가운데 생존자는 단 20명이라는 뉴스가 올랐다. 이제는 더 이상 잊을 수 없다.
 

〈뮤지컬〉 잊힌 영웅 홍범도를 기억하자, '극장 앞 독립군'
  ‘극장 앞 독립군‘은 세종문화회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함께 기획한 공연으로 이번 달 20~2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세종문화회관 개관 41년 만에 최초로 진행되는 예술단 통합 창작 브랜딩 공연으로 무대에만 300여 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음악극이다.
  1920년 일제강점기, 봉오동과 청산리 대첩으로 유명한 독립운동가 홍범도는 한때 ‘날으는 홍장군’이라는 노래까지 있을 정도로 민중의 지지를 한 몸에 받으며 일본군을 두렵게 했던 대한독립군 의병대장이었다. “만주든, 연해주든, 시베리아든 세상 어느 곳에 가더라도 쉬지 않고 싸울 것이다”라고 외쳤던 그는 카자흐스탄의 고려극장에서 수위를 하며 말년을 보내게 된다. 홍범도가 고려극장에서 수위를 하기까지의 숨겨진 역사 내용은 이 뮤지컬의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생전 처음으로 극장에 들어가서 배우들을 만나게 된 그는 자신을 알아보는 한 청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청년은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로 대본을 쓰고 언젠가 고려극장에서 공연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조선의 말과 전통을 지키려 애쓰며 위태롭게 운영되던 극장은 카자흐스탄 공산당 정부로부터 폐관 조치를 당하게 된다.
  단원들은 극장의 마지막 공연으로 청년의 작품인 ‘날으는 홍장군’을 무대에 올리기로 결정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리는 뮤지컬을 통해 잊었던 역사의 장면들과 함께 외롭고 쓸쓸한 홍범도 장군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진정한 애국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일본군과 당당히 맞서 싸운 그 시대 독립투사들의 아픔과 꺾이지 않는 투지를 본받아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을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항일 승려 백초월의 진관사태극기 소장, 은평역사한옥박물관
  2014년 개관한 은평역사한옥박물관은 은평의 역사가 담긴 지역 고유의 생활양식과 문화유산을 보존해 관람객에게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와 긍지를 심어주고 지역적 정체성을 살려 애향심을 갖게 하고자 건립됐다.
  주요시설인 상설전시실은 은평의 역사와 뉴타운발굴 유물이 전시된 은평역사실과 실제 한옥과 한옥의 건축과정 및 한옥의 과학성 등이 전시된 한옥전시실로 이루어져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기획전시실, 체험학습실, 희망장난감도서관 등의 부대시설이 있으며 외부는 다양한 이동선을 따라 통일신라시대의 기와가마터를 비롯한 석물 전시장 등이 설치돼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로 입장은 오후 5시까지만 가능하다.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는 2019년 첫 번째 특별 전시로 2월 27일부터 지난달 18일까지 ‘3.1 혁명과 백초월’ 전시를 열었다. 이 전시는 100주년을 맞이한 3·1운동과 진관사 태극기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전시에서는 이 혁명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진관사 태극기로 대표되는 백초월 스님의 유품 외에도 만세운동 및 임시정부 관련 유물들을 통해 3·1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새기고 이에 동참한 백초월 스님과 선열들을 기리는데 그 의미가 있다.
  또한 불교계에서 백초월 스님과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3.1운동의 민족대표 백용성, 한용운 스님에 대한 전시도 함께 열렸다. 이와 더불어 은평의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의 증언을 통해 이들의 뜻을 공감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전시장 끝에는 ‘100년 전 독립운동가에게 편지쓰기’ 활동과 독립운동가의 어록을 완성시키는 ‘광복권’ 체험 코너가 자리했다.

황수라·주민언·황혜린 기자 gc599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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