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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기사승인 2019.09.02  20: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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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의 최우선은 환자의 안전이어야 한다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술을 받은 권 씨는 수술 후 49일 만에 중환자실에서 숨을 거뒀다. 이상함을 느낀 권 씨의 어머니는 병원의 CCTV와 의무기록지 등을 입수해 속을 파헤쳤다. 그 속에는 집도의가 장시간 자리를 비운 채로 의료 행위를 이어가는 장면, 피를 흘리는 환자를 앞에 두고 간호조무사가 화장을 고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2018년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서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의사를 대신해 어깨수술을 했다. 대리수술을 받은 환자는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 사실은 수사 과정 중 병원 CCTV를 분석해 알아낼 수 있었다.
  두 수술 모두 CCTV를 통해 사건의 민낯을 밝혀낼 수 있었다. 대리수술, 유령수술, 수술실 내 성범죄 등과 같은 불법 행위가 계속해서 드러나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의료원의 수술실 CCTV 운영방안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CCTV 설치에 찬성하는 사람이 9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 결과 총 수술 건수 1,192건 중 촬영에 동의한 건수는 791건으로 66%의 환자가 촬영에 동의했다. 통계 자료로 봤을 때 수술실 CCTV 설치가 환자 입장에서 굉장히 긍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행자를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길에 CCTV를 설치하도록 하고, 영유아를 보호하기 위해 영유아를 보육하는 곳에 CCTV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CCTV는 우리에게 감시의 수단이 아닌 보호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수술실의 CCTV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수술실 CCTV를 도입한 경기도 안성병원은 현재까지 전체 환자 중 66%가 촬영에 동의해 수술 장면을 촬영했지만 소송하겠다거나 영상 공개를 요청한 사례는 없다. 이처럼 수술실 CCTV는 오로지 환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할 뿐이다.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며 수술실 감시가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계속된 불법 행위로 이미 의사의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불법 행위를 밝혀준 CCTV를 반대하는 것은 오히려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이다. 환자들의 입장을 배려해 준다면 CCTV를 찬성하는 것이 타당한 논리 아니겠는가. 극히 드문 사고에 많은 신경을 쓰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주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적은 확률이라고 묵인하지 않길 바란다.

 

또 다른 ‘환부’ 될 수도··· 의료진의 윤리성 회복이 먼저다 

  수술실 CCTV 설치 문제는 지난해 초 의료기관의 대리수술이 수면 위로 오르며 시작됐다. 복지부는 수술실 CCTV 설치를 포함한 ‘수술실 안전대책’을 올해 상반기까지 내놓겠다고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CCTV 설치에 대한 많은 반대 의견이 다각도에서 존재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시험을 볼 때, 교수님이 뒤쪽에서 계속 지켜보신다면 어떤 기분일까? 의사협회 회원 8,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가 CCTV 운영에 반대했고, 그중 60%가 수술 시 집중도 저하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CCTV가 수술실에 설치되면 의료인의 진료를 위축시키고 소생 가능성에 대해 도전적인 처치 시도를 꺼린다는 이유에서다.
  CCTV 설치는 항상 인권 침해 문제를 동반한다. 개인의 동의 없이 정보가 수집되고, 이는 더 나아가 인권과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 정보 유출도 더욱 쉬워진다. CCTV가 설치되지 않는 곳에서 소수의 의료인만이 환자의 신체를 확인한다. 그러나 CCTV를 설치한다면 CCTV 운영자, 기술자, 수리기사 등 다수의 외부인까지 환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최악의 경우 CCTV 영상이 인터넷에 유출돼 범죄에 악용되거나 수술 당사자의 명예 훼손에 이용될 수도 있다.
  법적인 제재를 시행할 때는 그 목적에 비례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과잉금지 원칙’이라 한다. 이에 대해 ‘참새를 잡기 위해 대포를 쏘아서는 안 된다’라는 표현이 있다. 법적 제재는 그 유효성을 기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것이어야 헌법에 합치된다는 의미다. 수술실 내에 CCTV가 설치되는 것은 매우 강한 제재수단에 해당한다. CCTV 설치가 불법행위에 대한 예방·견제 방법으로 적합한지도 중요하지만, 더 경미한 방법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의료법을 위반한 의료인을 가중처벌하는 것과 같은 법적 제재 방법과 수술 참여 의료인 명부 작성, 수술실 입구의 CCTV 설치 등의 예방법을 먼저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의 사실에 주목해 그와 연관된 모든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가지는 것은 매우 성급한 행동이다. 모든 의료인을 의심하게 된다면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두려움에 떨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의료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국민 탓으로 돌리자는 것은 아니다. 의료계부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고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느끼고 의료윤리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 윤리적인 행동으로 신뢰를 얻을 때 우리는 비로소 피해 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나연 기자, 황수라 기자 gc5994@daum.net

<저작권자 © 가천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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