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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부탁드립니다

기사승인 2021.11.30  15: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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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어.” 수습기자 시절, 신문사에 왜 들어왔냐는 내 질문에 선배가 반짝이던 눈으로 답해준 게 기억난다. 그 말이 그 때는 왜 그리 멋있고 나는 아니라는 생각에 열등감을 느꼈는지. 생각해보면 나는 남들처럼 거창하게 기자 정신, 언론인의 꿈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단지 열심히 살고 싶어서.
  하지만 편집국장으로 기자 생활을 마무리하는 지금, 그 시작이 사사로운 마음이어서 다행이다. 만약 내가 진짜 언론인으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들어갔다면 3년의 끝이 지금 같은 감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 당장 만들 신문도, 가안 회의, 마감, 조판 일정도 없다는 게 당연하듯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천대신문 독자인 스스로가 상상되지 않는다는 말이 맞다. 8호가 끝이라는 걸 이미 알고 시작했지만 생각해보면 한 순간도 끝을 바라본 적이 없었다.
  헉헉대며 학생회관으로 올라가는 길도, 자책하며 내려오는 길도 이제 마지막이다. 오대영 교수님, 남경민 실장님, 노재현 고문님, 전명수 고문님, 39기·40기가 있었기에 무사히 그 길을 오르내릴 수 있었다. 퇴임의 변을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한다. 그리고 영원한 동기 주민언 기자, 같은 자리를 지킨 김정희 교지 편집장에게도 고맙고 미안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특히 올해 쏟아붓듯 신문을 제작했다. 신문에 대한 애정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내 역량 부족이지 진심이 담기지 않은 기사는 없다. 성장하는 신문, 인정받는 신문사가 목표였기에 틀에 박힌 레이아웃, 뻔한 흐름보다 새로운 도전을 늘 추구했고 끊임없이 질문했다. 그만큼 후배 기자들을 다그치기도 몰아세우기도 했다. 사랑받는 주인공 대신 악역이 되길 자처했지만 후배들에게 멋진 악역으로 남고 싶었다. 그래서 따끔한 말 한 마디를 할 때, 그런 말을 할 자격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가 어떤지는 모른다. 하지만 애정 섞인 신뢰가 가득했다는 점을, 내 신문사 생활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은 본인들이라는 것을 알아줬음 한다.
  처음 이름 뒤에 편집국장을 붙인 순간을 떠올려보면 잘 부탁드린다는 문자를 보낼 때였다. “안녕하세요 2021년 가천대신문 편집국장을 맡게 된 박지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2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구절이었지만 이기적인 도움의 손길을 바랐다. 문자의 목적어가 ‘나’였기 때문일까. 지금 다시 똑같이 전한다면 가천대신문과 후배 기자들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기자로서 내 마지막 기사를 읽는 독자들, 교수님, 실장님을 비롯한 고문님들께도 같은 말을 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잘 부탁드립니다.”

박지현 기자 gc5994@daum.net

<저작권자 © 가천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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