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연구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동아시아의 미래를 위한 토론 열기
가천대 아시아문화연구소는 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가천대 글로벌센터 100호 국제홀과 가천관 314호에서 ‘트로트와 엔카, 동아시아를 넘어서 세계로’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의 대중음악 연구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어, 영어, 일본어 세 언어로 발표하고 세 언어 동시통역을 이용해 소통했다.
대회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에서 트로트 붐이 일어난 것과 일본에서 엔카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현상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대중음악의 역사와 세계적 의미를 논의했다. 특히 트로트와 엔카의 유사성뿐만 아니라, 이들 장르가 동아시아 대중음악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트로트와 엔카가 서양음악과 동아시아 전통음악의 융합으로 탄생한 독특한 장르로서 그 인류사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또 20세기 동아시아 대중음악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다뤘다.
대회 첫날에는 아시아문화연구소장인 박진수 동양어문학과 교수의 개회사에 이어 민경찬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의 ‘창가란 무엇인가 : 창가를 통해 본 한국의 근대’와 고바야시 다카유키 오카야마대학 교수의 ‘동아시아 대중음악의 성립과 지역별 전개’의 기조강연이 열렸다. 이후 1부는 ‘트로트와 공동체의 기억’, 2부는 ‘대중음악과 전통의 창조’, 3부는 ‘횡단하는 대중음악’을 주제로 활발한 토론이 오갔다. 이튿날에는 동아시아 대중음악의 미래를 주제로 종합토론을 한 뒤 폐회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2022년 5월 가천대 아시아문화연구소에서 비대면으로 진행된 ‘트로트와 엔카, 동아시아를 넘어서 세계로’ 학술대회의 연장선상에서 열렸다. 당시에도 한국, 일본, 미국의 석학들이 동아시아 대중음악에 대한 열띤 논의를 펼친 바가 있다.
동아시아 대중음악, 트로트와 엔카
이번 학술대회에서 논의된 트로트와 엔카는 음악적 기원과 발전 과정에서 많은 유사점을 가진다. 트로트와 엔카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서양음악과 동아시아의 전통음악이 결합해 탄생한 대중음악이다. 두 장르 모두 1920년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한국과 일본의 열악한 생활환경 속에서 만들어졌다. 기원과 발전 과정 이외에도 멜로디와 리듬의 유사성을 가진다. 두 장르는 이 같은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양국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해왔다.
트로트와 엔카의 뿌리에 대한 오해도 존재한다. 한때 한국에서는 일제 잔재 청산의 분위기 속에서 트로트는 왜색 가요라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엔카가 한국에서 유래됐다는 인식이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음악 전문가들은 두 장르가 공통된 음악적 환경에서 탄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로트와 엔카라는 명칭으로 달리 불리었을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뿌리를 갖고 있다는 인식이다.
트로트와 엔카가 탄생할 당시,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 상태였다. 양국 간에는 활발한 문화적 교류가 이뤄졌고, 특히 대중음악 분야에서는 빈번한 인적 교류가 있었다. 조선인 가수들이 일본에서 활동하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 같은 교류를 통해 트로트와 엔카는 동아시아의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장르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박 소장은 “트로트와 엔카는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음악 장르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문화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흐르고 변화하는 것이며, 이번 학술대회는 동아시아 대중음악의 세계적 확장을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준혁 기자, 최혜승 수습기자 press@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