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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오늘 어떤 ‘을’ 이었나요.

기사승인 2018.06.04  17:4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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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목소리는 정말 자본주의적인 것 같아요.”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두 살 어린 친구가  내게 말했다.

  스물한 살,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하면서 가장 고달팠던 점은 내가 ‘을’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 반복된다는 사실이었다. 사적인 감정을 뒤로한 채 손님에게 기계적으로 친절하게 대하기까지 1년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흔히 진상손님을 뜻하는 이른바 ‘손놈’들은 그들이 행하는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며 내가 자신을 손‘님’으로 대우해주길 바랐고 나는 그들이 당연시 여기는 민폐를 자연스럽게 웃어넘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는 직원을 비하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진상손님에 대한 기사를 종종 읽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점원들에게 무례하게 굴면서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는 그들의 몰상식한 언행을 대하며 나는 절대로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2018년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알바몬이 아르바이트생 1,106명을 대상으로 갑질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알바 근무 중 갑질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81.0%에 달했다. 이는 5명 중 4명꼴이다. 2016년에 같은 조사했을 당시 응답 비율이 85.7%에 달했던 것에 비해서는 다소 하락했지만 여저히 과반수 이상의 아르바이트생들이 감정노동에 시달리며 피해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말과 행동이 다른 이의 악행에 비할 수 없는 사소한 일이라고 판단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순간, 당신도 진상손님이 될 수 있다.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가 피고용인을 상황적 ‘을’로 만들었지만 그러한 상황이 손님으로 하여금 피고용인의 가치를 ‘을’로 여길 권리를 주는 것은 아니다. 피고용인이 고객에게 파는 것은 그들의 존엄성이 아니며 그들이 머금고 있는 미소가 고객의 모든 행동을 수용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늘 하루 당신은 어떤 손님이었는가. 혹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 놓은 ‘갑’의 위치에 심취해 ‘남의 집 귀한 딸, 아들 혹은 누군가의 소중한 친구’의 친절을 당연하게 여겼다면 내일은 그들이 보내는 미소에 작은 고개 끄덕임으로 답하는 것은 어떨까.

이한솔 기자 gc5994@daum.net

<저작권자 © 가천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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