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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의 생각차이 - 플리바게닝

기사승인 2019.11.04  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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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의 효율성 높이고 재판 비용 절감 효과
  플리바게닝(plea-bargaining)이란 피고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 측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도록 거래하는 제도다.
  플리바게닝이 정식적으로 법제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플리바게닝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사건 검거에 있어 장시호의 증언은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장시호는 하급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으며 생각보다 긴 형을 받았다는 여론이 생겼다. 결국 장시호는 대법원판결에서 최저 징역인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사실상 플리바게닝이 적용된 사례로 간주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티’가 플리바게닝 찬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찬성은 약 60%, 반대는 약 30%로 나타났다. 찬성 측은 “입증하기 어려운 범죄 수사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플리바게닝은 수사·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비용을 절감 시켜 원활한 재판에 도움이 된다. 플리바게닝이 시행된다면 검사와 피고 측 변호사 간에 유죄인정을 조건으로 형량을 협상해 항소 등의 절차 없이 판사가 바로 형량을 선고하게 된다. 이처럼 플리바게닝은 비용 절감과 시간적 효율성을 보장해 중요도가 높은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시키고 보다 많은 사건을 다루도록 할 것이다.
  또한 이미 여러 재판과정에서 기소독점주의와 같이 플리바게닝과 비슷한 제도가 각기 다른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존하는 제도와 비슷한 다른 제도는 도입할 필요성이 없다고 볼 것이 아니라, 플리바게닝 법제화를 통해 정확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처럼 법률 조항에 명시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현실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면, 아예 관련 조항을 신설해서 플리바게닝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이 더욱 공정하고 정확한 판결을 내리는 데 도움 될 것이다.
  미국은 수사·기소·재판까지 사용되는 천문학적 비용 절감을 위해 형사사건의 90% 이상이 플리바게닝을 통해 해결될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선례를 우리나라가 도입한다면 검찰의 수사 편의만을 앞세우는 경우가 생기고,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마약 사건, 뇌물죄 등 내부 증언이 중요한 수사 도구로 작용하는 사건에서는 플리바게닝의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건에 한해서 반드시 플리바게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으로 검찰에게 범죄자의 처벌 수위까지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아니다. 적절하게 당근을 활용해 수사에 효율성을 불어넣자는 것이다.

   
 

진실 · 정의는 협상과 거래의 대상 아니다

  유죄협상제라고도 불리는 플리바게닝은 자기 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의 범죄를 증언하면 수사기관이 처벌 수위를 낮춰주는 것이다. 일례로 미국에서 한 범죄자는 36명의 미성년자에게 성행위를 강요해 종신형을 받을 뻔했지만 자신의 혐의 일부를 인정해 13개월만 복역한 바 있다. 신속성, 피고인의 자백 유도 등 플리바게닝이 가지는 효율성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러나 이 제도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 더 나아가 법제화까지 이루어져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먼저 플리바게닝이 필요한지가 문제 된다. 플리바게닝을 찬성하는 근거 중 하나는 효율적이고 신속한 재판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배심제도가 형사재판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어 플리바게닝의 실효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배심제도와 비슷한 국민참여재판이 예외적으로 시행되고, 주로 법관에 의해 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미 비교적 효율적이고 신속한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은 플리바게닝의 법제화다. 형법의 가장 큰 원칙은 죄형법정주의다. ‘법에서 정한 죄와 형벌에 의해서만 처벌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형벌은 일정한 기준과 원칙을 통해 공정하고 평등하게 선고된다. 그러나 플리바게닝이 시행될 경우 검사의 자의적인 판단 또는 피고인과의 협상에 의해 형량이 결정된다. 즉 같은 죄를 짓고도 서로 다른 형량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중한 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과도한 혜택을 받을 가능성,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상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또한 우리나라 검찰은 외국에 비해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범죄자의 처벌 수위까지 결정하게 되면 너무 큰 권력을 쥐게 된다. 아무리 플리바게닝을 법제화해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도 대상사건, 적용요건 등을 국민 법 감정과 공평·형평의 원칙에 맞게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불어 검사가 형량 결정에 관여하게 된다면 권력 쏠림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사법부의 역할은 어떠한 사실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명명백백히 판단해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다. 플리바게닝이 도입돼 검사가 형량을 좌우한다면 사법부는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진실과 정의는 협상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또한 검찰과 법원은 진실을 밝혀내는 데 편의를 추구하기보다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 따라서 수사·재판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줄이려는 수사편의주의적 발상은 옳지 않다. 우리는 효율성과 편의성을 위해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강유정, 김나연 기자 gc5994@daum.net

<저작권자 © 가천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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