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NH농협 트렌드 리포트 |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친 MZ세대의 소비 성향이 축소 지향적으로 바뀌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지친 청년들이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요노(YONO, You Only Need One)’족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요노족… 욜로족을 잇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
요노족은 욜로족과 비슷한 용어처럼 보이지만, 의미는 정반대다. 요노족은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뜻으로, 불필요한 소비가 삶의 질을 높여주는 수단이 아니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욜로족은 몇 년 전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였다. 욜로족은 자신의 삶에 있어 ‘현재’에 초점을 맞춘다. 미래에 대한 준비 대신 현재를 즐길 수 있는 경험을 중시하며 여행, 외식, 취미 활동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욜로 열풍은 ‘쾌락 지향적 소비’라는 비판과 함께 세계적인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현상에 따른 경제 위기에 직면하면서 수년 전부터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즉, ‘저소비신조’가 등장한 것이다. 2022년부터 2030세대를 중심으로 ‘스스로 지출을 아끼고 관리하자’는 소비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무지출 챌린지’ ‘짠테크’ ‘티끌족’ 등 자린고비로 대변되는 극단적인 소비 절약 행태가 퍼지기도 했다. 이는 장기간 궁핍이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간 챌린지 형태로 인기를 끌면서 일종의 사회 현상으로 확산하기도 했다.
고물가·고금리 직격탄에 요노족 등장… 가성비 제품 인기
2030세대 소비가 축소 지향적으로 바뀐 가장 큰 이유는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져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 나이가 39세 이하인 2030세대의 작년 평균 소득은 6,59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소득 증가율이 소비자물가 상승률 3.6%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 것이다. 같은 기간 40대와 50대 가구주의 가구소득은 각각 6%, 3.2% 늘었다.
지난 7월 농협은행은 2030세대가 사치성 소비를 줄이는 대신 실용적 소비를 늘렸다고 발표했다. 특히 매일 소비가 일어나는 식문화 변화가 두드러진다. 올해 상반기 2030세대의 외식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감소했다. 2030세대를 제외한 다른 연령대에서 3%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2030세대는 소비를 줄이는 한편 새로운 가치관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달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청년층은 브랜드와 기업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고 동일한 효용의 더 저렴한 제품을 찾아 발품을 팔고 있다”고 분석했다. 명품 대신 가성비가 뛰어난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고, ‘오마카세’ 등 파인다이닝 대신 가정용 간편식을 선택하는 게 대표적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요노족은 환경에 긍정적 효과를 주면서 경제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되는 가치 소비의 형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노족의 선택, 미래 소비 시장의 방향성 제시
금융권에서는 요노 성향을 드러내며 즐겁게 소비하는 청년층의 특성을 반영한 각종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적금 with 맥도날드’를 출시했다. 최소 1,000원으로 시작해 매주 금액을 늘려나가도록 설계함으로써 청년층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목표 저금에 성공하면 맥도날드의 인기 메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가입자 중 20~30대 비중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요노족의 니즈를 채운 가계부, 만보기 얻기 등 여러 짠테크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인에게서 소비 욕구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어느 소비를 선택할지는 온전히 소비자의 권리다. 요노족은 품질 좋은 물건을 오래 쓰는 소비에 중점을 둔다. 필수품을 구매할 때도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상품을 선택하고, 중고 거래를 적극 활용해 자원의 효율성을 높인다. 수입품이나 타 지역 제품 대신 로컬 제품을 구매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돕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의의를 두기도 한다.
요노족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요노족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가운데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만큼 전통적인 소비재 시장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다기능성, 내구성, 친환경성을 강조한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이 각광받을 것이다. 또한 공유 경제 플랫폼, 중고 거래 플랫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김진형 기자 press@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