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사회… 경제적 이익과 소비자 편의성 제고
기술의 발달로 금융 업무가 전산화되면서 현금보다 신용 카드나 체크 카드와 같은 전자 지급 수단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보화 사회의 발전 및 금융 기관 업무의 전산화에 따라 현금의 이동이 점점 줄어들면서 결국에는 현금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현금 없는 사회는 돈의 생산 및 폐기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 보호와 편의성도 강화되는 만큼 경제의 효율성을 증가시킨다.
우선 현금 없는 사회가 돈의 생산 및 폐기 비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알아보자.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폐의 생산 및 폐기에는 매년 수백억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폐기되는 지폐를 소각하는 데만 매년 1억 원 넘는 비용이 든다. 또한 폐기한 만큼 지폐를 새로 발행하는 데 드는 비용은 폐기 비용의 수백 배에 달한다. 폐기 지폐량은 지난해 상반기에만 2억 1200만 장을 기록하는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폐기하는 지폐량이 늘어나는 만큼 새로 찍어내는 지폐량도 따라서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상반기 폐기한 지폐를 새로 발행하는 데만도 약 371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 앞서 2017년에는 사라진 동전 약 6억 개를 새로 제작하느라 539억 원의 비용을 썼다. 현금 없는 사회는 이처럼 낭비되는 지폐 폐기 비용과 새 돈 만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게 해준다.
현금 없는 사회는 소비자 보호에도 효과적이다. 카드 결제나 모바일 결제는 현금으로 결제할 때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지갑을 챙길 필요가 없고 잔돈을 거슬러 받을 일도 없기에 분실이나 도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카드나 휴대전화라고 해서 분실이나 도난의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금 없는 사회에서는 분실이나 도난 발생 시 금융기관에 바로 신고하면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현금 없는 사회는 소비자의 편의성도 높여준다. 거래 내역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가계부를 작성하거나 메모를 따로 하는 수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현금 없는 사회는 비용적 측면뿐만 아니라 안전성과 편의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이미 서울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버스 내 현금 함이 철거되고, 현금 결제도 불가능한 ‘현금 탑승 불가 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현금 관리 비용 절감, 운행시간 단축, 사고 예방 등을 위한 조치로, 안전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좋은 예다. 처음에는 다소 혼란이 있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현금 없는 사회는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현금은 경제적 소외를 막는 도구다. 모든 결제가 디지털화 될 경우 고령층, 저소득층 등의 특정 집단이 경제적 소외를 겪을 우려가 있다. 한국의 경우 스마트폰 보급률은 높은 편이나 고령층은 아직도 현금 사용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고령층이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모바일 결제 앱이나 온라인 뱅킹을 활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현금 없는 사회가 된다면 이들은 일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울 수 있다. 저소득층은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개설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에 금융기관과 연결되지 않은 경제 활동에 의존한다. 소규모 거래와 일상 소비에서조차 현금 결제가 배제되면 생존에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디지털 결제는 인프라의 안전성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 수단이다. 전산 장애나 사이버 공격이 발생할 경우 모든 경제 활동이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21년 KT의 대규모 네트워크 장애로 인해 전국적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마비돼 카드 결제가 불가능했다. 1시간 정도 지속된 장애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큰 피해를 봤으며 소비자는 결제에 큰 불편함을 겪었다. 예를 들어 현금 승차 금지 버스를 운영하는 서울·인천·대전 등에서는 버스 탑승이 불가능했다.
모든 거래가 기록되고 추적 가능한 환경에서는 개인의 소비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소비자의 지출 내역이 감시당하거나 정치·사회적 이유로 계좌가 통제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정치적 통제 수단으로 금융 거래가 제한된 사례도 있으며, 디지털화 된 금융 시스템은 정부의 감시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경제적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을 높인다.
현금 없는 사회가 빠른 일처리와 적은 비용으로 경제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기본적인 경제활동에서 소외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또한 비상 상황에서도 경제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방안을 반드시 강구해 둬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현금은 필요하다.
윤지원·정가현 수습기자 press@gachon.ac.kr